담쟁이
도종환
저것은 벽
어쩔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
그때
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
물 한방울 없고
씨앗 한 톨 살아 남을 수 없는
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 할 때
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
한뼘이라도 꼭 여럿이 손을 잡고 올라 간다
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 까지
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
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
담쟁이 잎 하나는
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
결국 그 벽을 넘는다
2012.10.28
정릉천변에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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