그대 잘 가라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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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대 잘 가라
그대여 흘러 흘러 부디 잘 가라
소리없이
그러나 오래오래 흐르는 강물을 따라
그댈 보내며
이제는 그대가 내 곁에서가 아니라
그대 자리에 있을 때
더욱 아름답다는 걸 안다
어둠 속에서 키 큰 나무들이
그림자를 물에 누이고
나도 내 그림자를 물에 담가 흔들며
가늠 할 수 없는 하늘 넘어
불타며 사라지는 별들의 긴 눈물
잠깐씩 강물에 떳다가 사라지는 동안
밤도 가장 깊은 시간을 넘어서고
밤 하늘 보다 더 짙게 가라앉는
고요가 내게 내린다.
이승에서 갖는 그대와 나의 이 거리
좁혀질 수 없어
그대가 살아 움직이고
미소짖는 것이 아름다워 보이는
그대의 자리로 그대를 보내며
나 혼자 뼈 아프게 깊어 가는
이 고요한 강물 곁에서
적막하게 불러 보는 그대
잘 가라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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도종환 -그대 잘 가라-
2017. 4. 9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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