좋은 글

그대(20170409)

Chungwoo 2017. 4. 9. 22:07





그대 잘 가라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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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대 잘 가라

그대여 흘러 흘러 부디 잘 가라


소리없이

그러나 오래오래 흐르는 강물을 따라

그댈 보내며


이제는 그대가 내 곁에서가 아니라

그대 자리에 있을 때

더욱 아름답다는 걸 안다


어둠 속에서 키 큰 나무들이

그림자를 물에 누이고

나도 내 그림자를 물에 담가 흔들며

가늠 할 수 없는 하늘 넘어

불타며 사라지는 별들의 긴 눈물


잠깐씩 강물에 떳다가 사라지는 동안

밤도 가장 깊은 시간을 넘어서고

밤 하늘 보다 더 짙게 가라앉는

고요가 내게 내린다.


이승에서 갖는 그대와 나의 이 거리

좁혀질 수 없어

그대가 살아 움직이고

미소짖는 것이 아름다워 보이는

그대의 자리로 그대를 보내며


나 혼자 뼈 아프게 깊어 가는

이 고요한 강물 곁에서

적막하게 불러 보는 그대


잘 가라.

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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도종환 -그대 잘 가라-




2017. 4. 9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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